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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편만 보면 화가 나는 부인, 그런 부인을 회피하는 남편
글쓴이 관리자 (IP: *.37.10.152) 작성일 2017-10-31 14:37 조회수 1,404

 

남편만 보면 화가 나는 부인, 그런 부인을 회피하는 남편

-관계가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부부는 느끼는 대부분의 정서는 이차적 정서이다.

부부는 이차적 정서에 의해 나타나는 행동에

자극을 받아 다투고 서로를 비난한다.

그래서 부부는 해결책을 잘 찾지 못한다.

 

 

 

남편은 원가족에서 과대기능을 하며 힘들게 살아왔다.

형 대신 삼촌들과 집안일을 의논하며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장손이 아닌데도 장손처럼 살아왔다.

남편은 어린 시절 경운기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감정의 교류를 잘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결혼해서는 사업체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꾸려가며

열심히 일하면서 갖는 자부심이 남달랐다.

나처럼 가정에 성실한 사람이 또 있을까.

자녀들은 나름대로 잘 크고 있고 공부도 잘하는 듯하다.

 

 

 

부인을 처음 만났을 때 애교가 많고 상냥해서 참 좋았다.

그래서 서둘러 결혼을 했다.

남편은 자신이 안정적인 가정을 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을 확장하며 정신없이 일만 하던 어느 날

부인의 표정을 보니 지금까지 가정에 대해 자신이

어쩌면 잘못 생각해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부인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부인은 과묵한 남편을 만났을 때 그 무거움이 참 든든했다.

어린 시절 생활력이 없으면서 술만 마시면 자녀들을 때리며

엄마한테 온갖 잔소리와 욕을 퍼부으며 모질게 대하던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남편만은 생활력이 강하고 성실하며

나를 위하는 듬직한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아버지 대신 집안을 꾸려가느라 자녀들을 돌볼 새가 없었다.

그래서 부인은 나중에 남편이나 자녀에게 따뜻하게 대해줘야지 마음을 먹었다.

성실하고 과묵한 남편을 만나 연애하면서 딱 내가 찾던 사람이구나 싶어

남편이 청혼했을 때 기꺼이 미래를 같이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남편은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집에까지 일거리를 가져왔다.

젊었을 때는 정신없이 아이들을 키우느라

섭섭하기는 했지만 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을 따라 시댁 어르신들 대소사를 함께 챙기며

언젠가는 남편이 인정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중년에 접어들자 남편의 행동이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부인은 방해물처럼 여겨지는 듯 했다.

부부동반 모임에서 친구 와이프들은 그렇게 잘 챙겨주면서

정작 함께 사는 부인에게 남편은 너무 냉랭하고 야멸차게 대했다.

부인은 그게 너무나 서럽고 억울했다.

분하기도 하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집에 들어서는 남편만 보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작은 일에도 신경이 예민해져 잔소리를 하게 되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 전투 직전의 상태가 지속되었다.

 

 

 

남편은 부인의 뚱한 표정을 보면 속이 불편하기만 하다.

뭐가 불만일 걸까.

위로를 받아도 시원치 않은데 매사가 불만이다.

부인은 결혼기념일에 억지로 받아낸 선물이 점점 소홀해진다,

그거는 마음이 안 담겨서 그렇다,

다른 부부는 함께 영화도 보고 뮤지컬도 보고 그렇게 사는데

우리 부부는 그냥 남이다, 왜 같이 사는지 모르겠다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한다.

부인의 끝없는 불평에 남편은

집에 오면 곧바로 서재로 직행해 문을 닫아버린다.

 

 

 

사실 부인은 남편과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다.

소소한 얘기들을 나누며 친구같이 지내고 싶었다.

남편과 좀 한가로이 산책하며 종일 있었던 얘기를 나누고

남편이 일하며 힘들었던 얘기도 듣고 싶고

도움말을 주고도 싶었다.

남편과 같이 있는 시간 속에서 감정을 나누고 싶었던 거다.

 

 

 

부인이 느끼는 소중한 존재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일차적 정서이다.

부인은 자신의 연약한 모습이 드러나는 걸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대신에 남편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화는 이차적 정서로~

남편도 부인의 화를 보면 덩달아 화가 난다.

 

 

 

남편은 가정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자신이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부터 따뜻함을 찾아 헤맸다.

부인이 그걸 채워줄 수 있을 거 같았고 부인 옆에서 쉬고 싶었다.

고단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피로를 풀며

그냥 옆에 앉아 저녁이나 주말에 아무 것도 안 해도

그냥 말없이 받아주는 그런 부인을 꿈꿨다.

자신의 외로움, 고단함, 긴장감을 알아줬으면...

 

 

 

남편의 이 감정들은 일차적 정서이다.

하지만 남편은 일차적 정서를 드러내는 대신

잔소리를 퍼붓는 아내에게 무뚝뚝하게 대하는 것이다.

또 아내의 화에 대한 회피 반응으로 서재로 도망가는 것이다.

 

 

 

애착 관점에서 보면 부인의 충족되지 못한 애착욕구는

돌봄을 받지 못한 것이다.

자신이 돌봄을 받지 못한 희생자인데

남편이 마치 희생자인 것처럼 행동하니까

점점 더 화가 나는 것이다.

 

남편의 충족되지 못한 애착욕구는 외로움과 슬픔이다.

부모님에게 따뜻함을 느끼며 돌봄을 받을 기회가 아예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마음을 나눠야 하는지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 어색하기만 하고

또한 솔직한 감정 표현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여겼다.

대신 성실하고 가정을 든든하게 지켜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인의 과도한 요구는 숨을 막히게 한다.

그래서 열심히 살아온 자신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여겨지니까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말을 안 해버린다.

 

 

 

부부는 사실 목표가 동일하다.

가정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일상의 삶에서 친밀함을 느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부는 서로의 일차적 정서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숨겨진 행동 이면의 상처를 알아줘야 한다.

그 정서를 서로 보듬어주고 수용하고 함께 나눌 때

관계에서 치유가 일어난다.

 

 

 

내가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상처받을 때

내가 달려갈 수 있는 곳~

내가 치유 받고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는 곳~

부부라는 안전기지를 통해서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곳~

부부라는 관계 자체가 피난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관계가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다.